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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본동 골목에서 자라난 장난 꾸러기 큰
Episode code: SN26-A00003-EP022 Author: MARSMAN Created at: 1769603780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소심한 큰아들이 늘 마음에 걸렸던 규는, 없는 살림 속에서도 아이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공부만큼은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동네에서 여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본동의 허름한 집으로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그곳은 책상 몇 개와 칠판 하나가 전부인, 지금으로 치면 과외라기보다 동네 공부방에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큰아들은 그곳을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이 없었다. 매일같이 왔다 갔다 하며 친구들을 만나고, 수업이 끝나면 골목에서 뛰어노는 것이 전부였다. 공부는 놀이의 한 부분일 뿐,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것은 아니었다. 규는 답답했지만, 아이를 다그칠 수도 없었다. 그 시절 국민학교 아이들의 하루는 공부보다 놀이가 먼저였고, 먹을 것이 생기면 그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이제 동생도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둘째는 아버지를 닮아 총명했다. 말수가 적고 눈빛이 또렷했으며, 반에서 늘 1~2등을 다퉜다. 형과는 성격도, 외모도, 공부도 너무 달랐다. 규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길로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큰아들은 먹는 것에는 유난히 복이 있었다. 주인집에서 담가둔 콩장을 그렇게 좋아해 하루에 한 병을 거의 다 먹어치우기도 했고, 서울우유는 하루 한 병이 기본이었다. 번데기를 종이컵에 담아 손으로 집어먹으며 골목을 쏘다녔고, 어느 날은 엄마를 따라 본동 시장에 가 마늘쫑다리를 반나절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배만 부르면 세상 근심은 없는 아이였다.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한 탓에 하루가 성할 날이 없었다. 장난감 트럭을 밀며 달려가다 보도블록에 바퀴가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피가 한바가지처럼 쏟아졌고, 급히 동네 병원으로 달려가 마취도 없이 머리를 꿰매야 했다. 아이는 울었고, 규는 이를 악물고 아이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 흉터가 채 아물기도 전에, 1년쯤 지나 또 사고가 났다. 바깥에서 뛰어놀다 목이 말라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다 미끄러져, 아이 키만 한 시멘트 바닥에 다시 머리를 부딪쳤다. 또다시 꿰맨 자리, 또 하나의 흉터. 그렇게 큰아들은 몸에 상처를 달고 자라났다.

공부에는 둔하고, 생각은 단순했지만, 아이는 잘 먹고 잘 뛰며 자라났다. 규는 그 아이의 흉터를 볼 때마다 걱정과 안도를 함께 느꼈다. 세상은 거칠었고, 70년대 서울의 골목은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는 자기 방식대로 살아남고 있었다. 공부로 자라는 아이도 있었고, 상처로 자라는 아이도 있었다. 규는 그저 두 아이가 각자의 길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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