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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아들의 학교 과제 - 옥수수 새싹
Episode code: SN26-A00003-EP021 Author: MARSMAN Created at: 1769602094 Current average score: 4.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그날은 유난히 아이의 발소리가 가벼웠다. 큰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신발도 벗기 전에 말부터 꺼냈다.
“엄마, 내일 학교에 식물 씨앗을 하나 가져오래요.”

그 말은 짧았지만, 규의 가슴 한쪽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집안에는 콩도 없고, 팥은 더더욱 없었다. 한때는 한 줌의 곡식이 집안의 사정을 말해주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그 한 줌조차 없다는 사실이 새삼 선명해졌다. 규는 말없이 마당으로 나갔다. 집 한쪽에 심어두었던 옥수수 싹이 봄볕을 받으며 여리게 자라고 있었다. 흙을 파내는 손끝이 이상하리만큼 무거웠다. 뿌리째 뽑힌 작은 싹은 씨앗 대신 아이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저녁, 큰아들은 말이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울음을 삼키듯 말했다.
“엄마, 왜 제가 씨앗 가져온다고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눈빛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혼란이 섞여 있었다. 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점점 조용해졌고, 손을 드는 법을 잊어갔다. 자신감은 말처럼 쉽게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규는 그때 처음 알았다.

막내아들은 달랐다. 말수는 적었지만, 연필을 쥐는 시간이 길어졌다. 종이 위에는 언제나 여자아이의 얼굴이 그려졌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얼굴들.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아이는 그 안에서 스스로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는 말없이 작아졌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았다. 가난은 배고픔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자리를 잡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파냈던 옥수수 싹은, 끝내 다시 심지 못한 채 규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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