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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약수터산에서
Episode code: SN26-A00003-EP020 Author: MARSMAN Created at: 1769134773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그날도 아이는 어김없이 약수터산으로 향했다. 책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낡은 운동화를 구겨 신고는, 엄마의 부름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골목을 내달렸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산 정상 부근에 있는 비밀 아지트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동네 형들 생각뿐이었다.
산길은 아이에게 익숙한 놀이터였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탈길을 오르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소나무 뿌리를 밟으며 뛰어다녔다. 중간쯤에 있는 약수터에는 늘 물을 길으러 온 동네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로 북적였다. 아이는 그 틈새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더 높은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른들의 “조심해라!”, “뛰지 마라!” 하는 잔소리는 아이의 귀에 닿지도 않았다.
아지트에 도착하니 과연 형들이 먼저 와서 돌멩이를 던지며 놀고 있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합류했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뭇가지로 칼싸움을 하고, 누가 더 멀리 돌을 던지나 시합을 했다. 아이의 무릎은 또다시 까지고 옷에는 금세 흙과 풀물이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 보니 산 아래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저녁놀이 붉게 물들자 그제야 허기가 졌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임을 직감했다. 아이는 형들에게 내일 다시 만나자고 소리치고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는 이미 저녁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나는 또 흙투성이가 된 아이를 보고 한숨부터 쉬었다. “너는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니? 그놈의 산이 그렇게 좋으냐?” 나는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아이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밥상 앞에 앉았다. 오늘 산에서 있었던 신나는 일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아이의 까진 무릎에 빨간 약을 발라주며 생각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도, 저렇게 세상을 온몸으로 배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다만 그 배움의 과정이 너무 거칠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날 밤, 아이는 곤히 잠들었고, 나는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약수터산만큼 넓은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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