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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보다 무거운 발걸음
Episode code: SN26-A00003-EP018 Author: koreaKIM Created at: 1768986363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1972년 봄, 큰아들은 교복도 없이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요즘처럼 새 옷에 반듯한 교복을 입는 시대가 아니어서, 그냥 집에 있던 옷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걸 골라 입혔다. 바지는 한 번 접어 꿰매고, 셔츠는 형광등 아래에서 보면 색이 조금 바랜 것이 보였다. 그래도 아이는 그 옷이 불편했다기보다, 학교에 간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입학 전날 밤부터 큰아들은 이상하게 말수가 줄었다. 평소 같으면 밖에 나가 놀자고 보챘을 텐데, 그날은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기만 했다. 나는 괜히 물었다.
“학교 가기 싫어?”
아이 는 대답 대신 고개를 이불 속으로 더 깊이 파묻었다. 그 모습이 마치 세상에서 제일 큰 일을 앞둔 사람 같았다.

아침이 되자, 문제는 더 분명해졌다. 책가방을 메우려 하자 아이는 마치 무거운 짐이라도 진 것처럼 몸을 뒤로 뺐다.
“나는 집에 있을래.”
그 말은 단호했다. 학교가 뭔지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면서, 본능적으로 ‘자유가 줄어드는 곳’이라는 걸 알아챈 듯했다.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에게,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는 건 형벌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나는 달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며 아이를 현관까지 끌고 나갔다. 이웃집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학교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큰아들은 발걸음을 질질 끌었다. 한 걸음 나아가면 두 번쯤 뒤를 돌아봤고, 골목 끝에 다다를 즈음에는 거의 끌려가는 꼴이 되었다.

학교 앞에 도착하자 아이는 마지막 저항을 했다. 내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비장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아이의 손을 떼어내고 말했다.
“다들 가는 데야. 너만 가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아이는 한숨을 쉬듯 어깨를 툭 떨어뜨리고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자 웃음이 났다. 그렇게 싫어하던 학교였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큰아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복은 없었고, 가방은 낡았지만, 아이는 또래들 속에서 금세 적응해 갔다.

국민학교 입학은 아이에게는 작은 인생의 시작이었고,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책임이 더해진 날이었다. 그날의 질질 끌리던 발걸음은, 훗날 생각해보면 웃음 섞인 기억으로 남았다. 자유를 좋아하던 아이가 세상과 처음 타협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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