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detail & rating
Read the episode and leave your score.
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연탄불 아래의 하루
Synopsis:
마더
(SN26-A00003)
그 무렵 우리 집은, 평범한 박봉의 공무원을 가장으로 둔 가난한 가정이었다. 남편의 월급 봉투는 늘 얇았고, 월말이 다가올수록 그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그래도 공무원이라는 이름 하나로, 사람들은 그를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 안정은 장부 위에만 존재했고, 우리의 삶은 늘 빠듯한 계산 위에 놓여 있었다.
아침은 연탄불을 피우는 일로 시작됐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나는 먼저 일어나 연탄을 갈았다. 연탄 집게로 까만 연탄을 옮기며 떨어지는 가루를 털어내고, 성냥불을 붙일 때면 늘 숨을 죽였다. 불이 잘 붙지 않으면 하루가 괜히 더 길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연탄 위에 얹은 양은솥에서 밥이 끓기 시작하면, 그제야 집 안에 미약한 온기가 퍼졌다. 그 불 하나로 밥을 하고, 물을 데우고, 방까지 데웠다.
반찬은 늘 단출했다. 콩자반 한 종지와 김치가 상 위에 올라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멸치라도 있으면 아이들은 잔칫날처럼 반겼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밥을 퍼주었지만, 속으로는 늘 다음 끼니를 계산하고 있었다. 밥을 조금 더 퍼줄까, 아니면 저녁을 위해 남겨둘까. 그런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
아이들은 그런 사정을 잘 몰랐다. 큰아들은 밥을 먹자마자 밖으로 뛰어나가 골목을 자기 놀이터 삼았고, 작은아이는 연탄 난로 옆에 앉아 종이를 펴놓고 그림을 그렸다. 연탄불에서 올라오는 냄새와 연필심 냄새가 섞인 방 안에서, 아이는 말없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방은 좁았고, 천장은 낮았지만, 아이들의 하루는 그 안에서도 자라나고 있었다.
밤이 되면 단칸방은 더욱 비좁아졌다. 낮에는 밥상 놓던 자리에 이불을 펴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누워 잠을 청했다. 연탄불이 꺼질까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불을 줄이고, 창문 틈새를 막았다. 숨이 막힐 듯 답답했지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려오면, 그제야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남편은 그런 집으로 밤늦게 돌아왔다. 공무원 생활에 적응해 가며 바깥에서는 점점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다시 가장이 되었다. 말수는 많지 않았고, 서로 하루의 고단함을 길게 나누지도 못했다. 그저 같은 방, 같은 이불 속에서 각자의 피로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가난은 소리 없이 집 안에 스며들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이어졌다. 연탄불 위의 밥처럼, 쉽게 넘치지도 타지도 않게 조심하며 살아가던 날들. 그 단칸방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다.
아침은 연탄불을 피우는 일로 시작됐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나는 먼저 일어나 연탄을 갈았다. 연탄 집게로 까만 연탄을 옮기며 떨어지는 가루를 털어내고, 성냥불을 붙일 때면 늘 숨을 죽였다. 불이 잘 붙지 않으면 하루가 괜히 더 길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연탄 위에 얹은 양은솥에서 밥이 끓기 시작하면, 그제야 집 안에 미약한 온기가 퍼졌다. 그 불 하나로 밥을 하고, 물을 데우고, 방까지 데웠다.
반찬은 늘 단출했다. 콩자반 한 종지와 김치가 상 위에 올라오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멸치라도 있으면 아이들은 잔칫날처럼 반겼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밥을 퍼주었지만, 속으로는 늘 다음 끼니를 계산하고 있었다. 밥을 조금 더 퍼줄까, 아니면 저녁을 위해 남겨둘까. 그런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었다.
아이들은 그런 사정을 잘 몰랐다. 큰아들은 밥을 먹자마자 밖으로 뛰어나가 골목을 자기 놀이터 삼았고, 작은아이는 연탄 난로 옆에 앉아 종이를 펴놓고 그림을 그렸다. 연탄불에서 올라오는 냄새와 연필심 냄새가 섞인 방 안에서, 아이는 말없이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방은 좁았고, 천장은 낮았지만, 아이들의 하루는 그 안에서도 자라나고 있었다.
밤이 되면 단칸방은 더욱 비좁아졌다. 낮에는 밥상 놓던 자리에 이불을 펴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누워 잠을 청했다. 연탄불이 꺼질까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불을 줄이고, 창문 틈새를 막았다. 숨이 막힐 듯 답답했지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려오면, 그제야 하루를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남편은 그런 집으로 밤늦게 돌아왔다. 공무원 생활에 적응해 가며 바깥에서는 점점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다시 가장이 되었다. 말수는 많지 않았고, 서로 하루의 고단함을 길게 나누지도 못했다. 그저 같은 방, 같은 이불 속에서 각자의 피로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가난은 소리 없이 집 안에 스며들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이어졌다. 연탄불 위의 밥처럼, 쉽게 넘치지도 타지도 않게 조심하며 살아가던 날들. 그 단칸방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