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detail & rating

Read the episode and leave your score.

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숨이 이어진 밤
Episode code: SN26-A00003-EP016 Author: Busan Kim Created at: 1768892009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1964년 큰아들이 태어난 뒤, 서울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시는 마치 숨을 가쁘게 몰아쉬듯 변해갔다. 시청 앞은 정비 공사가 끊이지 않았고, 광화문 일대에는 허물어진 자리 위로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길은 넓어졌고, 전차 소리 대신 자동차 경적 소리가 잦아졌다. 공사장 먼지 속에서 사람들은 ‘발전’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라디오에서는 연일 경제 개발과 국가 계획을 이야기했다.
서울은 더 이상 전쟁의 잔해만을 안고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고, 가난은 여전했지만 정체된 가난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나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골목마다 희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나 규의 하루는 여전히 단칸방 안에 머물러 있었다.
아이를 안고 밥을 짓고, 연탄을 아끼며 하루를 계산했다. 시골에 맡긴 두 딸은 늘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 큰딸은 이제 국민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었고, 둘째딸과 함께 전원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아침이면 할아버지와 함께 마당을 쓸고, 할머니를 도와 물을 길으며 살았다. 도시와는 다른 시간, 다른 속도 속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규는 그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아팠다.
아이들이 도시의 가난을 모르고 자라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엄마의 부재는 늘 마음에 걸렸다.

1966년, 규는 또다시 아이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아이는 건강하지 못했다. 울음소리는 약했고, 숨은 가늘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고, 규 역시 마음속으로 이미 한 번 아이를 떠나보냈다.

그날 밤, 규는 아이를 따뜻한 방바닥 아래에 두었다.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살아 있을지, 이미 숨이 멎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방 안은 고요했고, 규는 잠들지 못한 채 아이의 숨을 기다렸다. 그 하루는 길었고, 끝이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는 살아남았다.
다음 날, 희미하지만 분명한 숨이 이어지고 있었다. 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다만 아이를 다시 품에 안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식구는 하나 더 늘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아이였다.

그 무렵, 남편의 삶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랜 공무원 생활 끝에, 그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눈에 띄게 앞서 나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맡은 일을 성실히 해냈고, 주변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갔다. 승진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의 이름은 조직 안에서 안정적인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남편이 공무원으로서 입지를 다져갈수록, 집안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여전히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내일을 계획할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규는 그 변화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삶은 늘 그녀보다 한 발 늦게 나아졌고, 그녀는 그 속도를 탓하지 않았다.

서울은 계속해서 변해갔다.
광화문 주변은 점점 정돈되었고, 시청 앞 광장은 국가 행사의 무대가 되었다. 도시의 중심은 커지고 단단해졌지만, 규의 삶은 여전히 아이의 체온과 밥 냄새, 그리고 시골에 있는 두 딸의 얼굴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알았다.
이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자신을 구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아이들이 살아 있고, 남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시골의 두 딸이 계절을 건너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계속될 이유가 충분했다.

그렇게 규는 서울의 발전과 함께, 자신만의 시간을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도시는 위로 자라고 있었고, 그녀의 삶은 아래에서 단단해지고 있었다.
Your score (1–5)
Please log in to r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