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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태어나다
Episode code: SN26-A00003-EP015 Author: Busan Kim Created at: 1768891563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이러한 생활이 하루하루 겹쳐 지나가던 끝에,
1964년, 마침내 큰아들이 태어났다.

그날만큼은 규의 친정에서도 깊은 한숨이 먼저 흘러나왔고, 곧이어 참았던 기쁨이 터져 나왔다. 딸만 둘 낳았다는 마음의 짐이, 그제야 비로소 내려앉는 듯했다. 장남의 집안에 장손이 태어났으니, 그것은 한 집의 기쁨을 넘어 집안 전체의 경사였다. 말로는 요란하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 눌러왔던 걱정이 조금씩 풀려 있었다.

규는 아이를 품에 안고서야 알았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긴장한 채 살아왔는지를. 이 아이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쁨과 함께 또 다른 책임으로 다가왔다.

남편은 여전히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월급은 정해져 있었고, 생활은 늘 빠듯했다. 쌀값과 연탄값은 자주 올랐고, 아이가 하나 늘자 계산은 더 촘촘해졌다. 부족한 돈과 아이들 간식은 때때로 미군부대에서 가져오곤 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조림, 설탕, 초콜릿, 분유는 그 시절 단칸방 살림에서 귀한 물건이었다. 아이에게 과자를 하나 쥐여 줄 수 있는 날이면, 규는 잠시 세상이 덜 각박해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1960년대 중반의 서울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시청 앞은 정비 공사가 이어졌고, 광화문 일대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허물어지는 건물과 새로 세워지는 구조물들이 뒤섞여, 도시는 늘 어수선했다. 길은 넓어졌고, 사람들은 바빠졌다. 공사장 먼지 속에서 ‘경제 개발’이라는 말이 현실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연일 성장과 계획을 이야기했다.
몇 개년 계획이니, 수출이니, 근대화니 하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규는 그 말들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분주했고, 가난은 여전했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곳곳에서 보였다.

그러나 그 변화는 언제나 규의 생활보다 한 발짝 앞에 있었다.
단칸방은 여전히 단칸방이었고, 부엌은 여전히 좁았다. 시골에 맡긴 두 딸의 얼굴이 문득문득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규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지금 이 아이만은 곁에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1964년 무렵부터 라디오에서는 베트남 이야기가 자주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먼 나라의 분쟁처럼 들렸다. 그러나 1965년, 한국이 베트남전에 파병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쟁은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군복 입은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누군가는 돈을 벌 기회라 했으며, 누군가는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라 수군거렸다.

규는 전쟁이라는 말에 익숙했다.
이미 한 번의 전쟁을 겪었고, 그 잔해 위에서 지금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전쟁 소식은 그녀에게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은 늘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바꾸어 놓았고, 그 대가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치러졌다.

큰아들을 얻은 기쁨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팽팽했다.
아이의 울음은 희망이었고, 동시에 책임이었다. 시청 앞의 도로가 넓어지고, 광화문에 새 건물이 올라가도, 규의 하루는 여전히 밥을 짓고, 기저귀를 빨고, 연탄을 계산하는 일로 채워졌다.

국가는 성장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고, 도시는 빠르게 변해갔다.
그러나 규의 삶은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그 변화를 따라가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하나, 그녀의 품 안에 장손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그녀를 다시 내일로 밀어주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렇게 규는 또 하나의 시대를 건너고 있었다.
전쟁의 기억 위에서, 다른 나라의 전쟁 소식을 들으며, 개발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는 서울 한복판에서—아이를 안고 묵묵히, 그러나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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