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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이, 올라간 사람들
Episode code: SN26-A00003-EP013 Author: Soul Kim Created at: 1768795121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규는 결국 혼자 서울로 올라갔다.
첫째 딸은 데리고 가지 못했다.

아이는 시골에 남겨두었다.
시어머니 곁, 익숙한 마루와 흙길,
조그만 시골 국민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바로 그곳에.

규는 아이를 데리고 올라갈 형편이 아니었다.
서울의 살림은 너무 비좁았고,
먹여야 할 입은 이미 충분히 많았다.

“조금만 있다가 데리러 올게.”

그 말은 약속이었지만,
규 자신도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는 일은
규에게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 집안에서
아이와 어미가 떨어지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필요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간 것은
규 혼자만이 아니었다.

시동생 둘이 함께 올라왔다.
열 남매 중에서도
유독 눈빛이 다른 아이들이었다.

넷째 시동생과 막내 시동생.
두 사람 모두
가난에 주눅 들기보다는
성공에 대한 야심을 품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서울 가면 뭔가 있겠지.”
“시골에선 안 돼.”

그 말은 근거 없었지만,
확신만큼은 분명했다.

남편은 그들을 막지 못했다.
장남으로서,
동생들의 가능성을 꺾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자연스럽게
규의 몫이 되었다.

서울의 살림은
이미 빠듯했다.

작은 방,
낮은 천장,
겨울이면 냉기가 그대로 스며드는 집.

거기에
사람이 더해졌다.

시동생 둘은
아침이면 각자 길을 나섰다.
일자리를 찾고,
공부할 곳을 기웃거렸다.

말은 컸고,
계획은 많았지만,
당장 가져오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규는 다시
여러 사람의 하루를 관리하게 되었다.

밥을 짓고,
쌀을 재고,
오늘은 누구에게 얼마를 쓰면 되는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시동생들은
규를 ‘형수’라고 불렀다.

그 호칭 속에는
고마움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고,
당연함도 섞여 있었다.

규는 그 차이를
굳이 구분하지 않았다.
구분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규는 시골에 남겨둔 딸을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학교에서 돌아왔을 시간,
흙 묻은 신발을 벗고
마루에 앉아 있을 아이.

규는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서울은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었고,
자신의 선택은
변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동생 둘은 달랐다.

넷째는
말수가 적었지만,
늘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막내는
사람을 잘 만났다.
웃음이 있었고,
기회가 보이면 먼저 손을 뻗었다.

두 사람 모두
이 서울을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올라설 곳으로 보고 있었다.

그 야심은
규에게는 부담이었다.

이 집에서
야심은 곧
먹여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규는 혼자 부엌에 앉아 있었다.

솥은 비어 있었고,
내일 쓸 쌀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늘 남겨두는 사람이고,
늘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

딸은 시골에 남겼고,
시동생들은 서울로 받아들였다.

그 선택의 무게는
항상 같은 방향으로 쏠렸다.

그러나 규는
울지 않았다.

울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버티는 법을 이미 오래전에 배웠기 때문이다.

서울 생활은
꿈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형태의 생존이었다.

그리고 규는
그 생존의 한가운데에
조용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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