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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스물하나, 두 번째 집에 들어가다
Synopsis:
마더
(SN26-A00003)
혼사는 결국 성사되었다.
사람들은 “잘 되었다”고 말했고, “서로에게 필요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들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규의 집에서 돈을 많이 주는 조건이었다.
일본집은 가난했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집은 늘 숨이 찼다.
장남이 대학을 나왔다 해도,
그 학력은 당장 밥을 벌어다 주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집과 집 사이의 이전(移轉)에 가까웠다.
규의 집은 돈을 냈고,
일본집은 장남의 자리를 내주었다.
어머니는 그 결정을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딸을 똑똑한 집안에 보내겠다는 생각,
그리고 딸만 다섯인 집안의 짐을 하나 내려놓아야 한다는 현실이
그 선택을 재촉했다.
“사람은 머리가 있어야 한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장남을 향한 평가였고,
규에게는 설득이자 명령이었다.
규는 스물하나에 시집을 갔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잘 모르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나이였다.
그러나 시집살이는
그런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집에는 형제자매가 열 명이나 있었다.
규는 장남 며느리로 들어갔다.
그 말은 곧,
그 집의 모든 일이
이제부터는 규의 일이라는 뜻이었다.
아침밥을 짓는 일,
아이들을 깨우는 일,
밭과 집안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
어른들의 기분을 살피는 일까지.
시집에는
규보다 나이가 많은 시누이도 있었고,
아직 어린 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관계 위에
“장남 며느리”라는 이름이 먼저 씌워졌다.
“네가 맏며느리니까.”
“네가 제일 먼저 들어왔잖아.”
“이 집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규는 그 말들이
부탁이 아니라 배치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돈이 오간 혼사라는 사실은
규의 자리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일본집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 며느리는
이 집을 살리기 위해 들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규에게 기대되는 것은
사랑도, 이해도 아니었다.
감당이었다.
장남은 말이 적었다.
그는 자신의 결혼이
어떤 조건 위에서 이루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더 침묵했다.
그 침묵은
규를 보호하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각자의 짐을 각자 지고 가는 방식이었다.
규는 곧 깨달았다.
이 집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배움의 차이를 메우는 것도,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저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스물하나의 규에게
이 결혼은 끝이 아니라
두 번째 시작이었다.
첫 번째는
딸로서의 삶이었다면,
두 번째는
며느리로서의 삶이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삶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포함하고 있었다.
열 명의 형제자매,
가난한 집안의 살림,
그리고 장남이라는 이름의 무게.
규는 더 이상
자기 집의 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 채였다.
그날 밤,
규는 낯선 집의 부엌에 서서
솥에 물을 올렸다.
불은 빨리 붙었고,
할 일은 끝이 없었다.
그 순간,
규는 본능처럼 느꼈다.
이것이 제2라운드라는 것을.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이 첫 번째였다면,
이 결혼은
두 번째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산으로 숨을 곳도,
집으로 돌아갈 길도 없었다.
스물하나의 규는
다시 한 번
자기 자리를 배치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잘 되었다”고 말했고, “서로에게 필요한 인연”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말들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규의 집에서 돈을 많이 주는 조건이었다.
일본집은 가난했고,
열 명의 자식을 둔 집은 늘 숨이 찼다.
장남이 대학을 나왔다 해도,
그 학력은 당장 밥을 벌어다 주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집과 집 사이의 이전(移轉)에 가까웠다.
규의 집은 돈을 냈고,
일본집은 장남의 자리를 내주었다.
어머니는 그 결정을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딸을 똑똑한 집안에 보내겠다는 생각,
그리고 딸만 다섯인 집안의 짐을 하나 내려놓아야 한다는 현실이
그 선택을 재촉했다.
“사람은 머리가 있어야 한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장남을 향한 평가였고,
규에게는 설득이자 명령이었다.
규는 스물하나에 시집을 갔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잘 모르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나이였다.
그러나 시집살이는
그런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집에는 형제자매가 열 명이나 있었다.
규는 장남 며느리로 들어갔다.
그 말은 곧,
그 집의 모든 일이
이제부터는 규의 일이라는 뜻이었다.
아침밥을 짓는 일,
아이들을 깨우는 일,
밭과 집안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
어른들의 기분을 살피는 일까지.
시집에는
규보다 나이가 많은 시누이도 있었고,
아직 어린 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관계 위에
“장남 며느리”라는 이름이 먼저 씌워졌다.
“네가 맏며느리니까.”
“네가 제일 먼저 들어왔잖아.”
“이 집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규는 그 말들이
부탁이 아니라 배치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돈이 오간 혼사라는 사실은
규의 자리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었다.
일본집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 며느리는
이 집을 살리기 위해 들어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규에게 기대되는 것은
사랑도, 이해도 아니었다.
감당이었다.
장남은 말이 적었다.
그는 자신의 결혼이
어떤 조건 위에서 이루어졌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했고, 더 침묵했다.
그 침묵은
규를 보호하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각자의 짐을 각자 지고 가는 방식이었다.
규는 곧 깨달았다.
이 집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배움의 차이를 메우는 것도,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저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스물하나의 규에게
이 결혼은 끝이 아니라
두 번째 시작이었다.
첫 번째는
딸로서의 삶이었다면,
두 번째는
며느리로서의 삶이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삶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포함하고 있었다.
열 명의 형제자매,
가난한 집안의 살림,
그리고 장남이라는 이름의 무게.
규는 더 이상
자기 집의 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 채였다.
그날 밤,
규는 낯선 집의 부엌에 서서
솥에 물을 올렸다.
불은 빨리 붙었고,
할 일은 끝이 없었다.
그 순간,
규는 본능처럼 느꼈다.
이것이 제2라운드라는 것을.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이 첫 번째였다면,
이 결혼은
두 번째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산으로 숨을 곳도,
집으로 돌아갈 길도 없었다.
스물하나의 규는
다시 한 번
자기 자리를 배치당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