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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스무 살, 딸이 다섯이라는 집
Synopsis:
마더
(SN26-A00003)
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무렵, 사람들은 슬슬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 혼사 얘기 나올 때 됐지.”
그 말은 걱정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점검에 가까웠다.
나이가 찼는지, 집안이 괜찮은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없는 집인지를 확인하는 말이었다.
그 무렵, 집안에 다섯째 여동생이 태어났다.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였고, 이번에도 딸이었다.
집안에는 딸만 다섯이 되었다.
부잣집이었다.
여전히 논과 밭은 남아 있었고, 굶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이 시대에서
딸만 다섯인 부잣집은 축복이 아니라 흠에 가까웠다.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재산은 있잖아.”
“사위 잘 들이면 되지.”
“아들이 없어서 그렇지, 살림은 탄탄해.”
그 말들은 모두 같은 뜻이었다.
아들이 없다는 사실은 어떤 말로도 가려지지 않는 결함이라는 뜻.
규는 그 시선을 몸으로 느꼈다.
장에 나가면 말끝이 달라졌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눈길이 집 안쪽을 훑고 갔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더 조용해졌다.
이미 거칠어졌던 말투는 여전했지만,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어머니의 태도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늘 한 발 물러서 있었다.
그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체면의 문제였다.
이 집안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 사실은 어머니의 책임처럼 취급되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규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앞에서 늘 주눅 들어 있었던 이유를.
딸만 다섯이라는 현실은
아버지의 부재조차 어머니의 잘못처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더 말수가 줄었다.
결정도, 판단도, 그 앞에서는 한 박자 늦어졌다.
“당신 생각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어머니는 늘 잠시 멈췄다.
규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이 집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였고,
아이들을 키운 것도, 자산을 줄이며 버텨낸 것도 어머니였다.
그런데도
아들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어머니는 늘 부족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스무 살의 규에게 혼사 이야기도 서서히 닿기 시작했다.
대놓고 오지는 않았다.
먼저 언니를 보낸 집이라는 점,
딸만 있는 집이라는 점이 함께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너는 맏며느리감은 아니다.”
“집안이 좀 세다.”
“어머니가 강하다고 들었다.”
그 말들은 전부 규가 아닌,
이 집안 전체를 평가하는 말이었다.
규는 그제야 깨달았다.
혼사라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의 구조를 검열하는 일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더 많은 일을 맡겼고,
더 단단해지기를 바랐다.
“사람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그러나 그 말과 달리,
어머니 자신은 세상의 말을 온몸으로 듣고 있었다.
딸만 다섯이라는 사실,
아들이 없는 집이라는 시선,
그 모든 것이 어머니를 조금씩 눌러왔다.
그 압력은 화로 나오기도 했고,
침묵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어느 날 밤,
규는 다섯째 여동생을 안고 마당에 섰다.
아이의 얼굴은 아직 세상을 몰랐고,
죄도, 부족함도 없었다.
그러나 규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과 같은 시선을, 같은 무게를
언젠가는 받게 되리라는 것을.
스무 살의 규는 그날 처음으로 분명히 느꼈다.
이 집안에서
딸로 태어났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증명해야 할 숙제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숙제를 가장 오래,
가장 묵묵히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단순히 거친 사람으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이 나라와 이 집안의 시선 아래에서
오래도록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혼사 얘기 나올 때 됐지.”
그 말은 걱정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점검에 가까웠다.
나이가 찼는지, 집안이 괜찮은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없는 집인지를 확인하는 말이었다.
그 무렵, 집안에 다섯째 여동생이 태어났다.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였고, 이번에도 딸이었다.
집안에는 딸만 다섯이 되었다.
부잣집이었다.
여전히 논과 밭은 남아 있었고, 굶을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이 시대에서
딸만 다섯인 부잣집은 축복이 아니라 흠에 가까웠다.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재산은 있잖아.”
“사위 잘 들이면 되지.”
“아들이 없어서 그렇지, 살림은 탄탄해.”
그 말들은 모두 같은 뜻이었다.
아들이 없다는 사실은 어떤 말로도 가려지지 않는 결함이라는 뜻.
규는 그 시선을 몸으로 느꼈다.
장에 나가면 말끝이 달라졌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눈길이 집 안쪽을 훑고 갔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더 조용해졌다.
이미 거칠어졌던 말투는 여전했지만,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어머니의 태도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 늘 한 발 물러서 있었다.
그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체면의 문제였다.
이 집안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 사실은 어머니의 책임처럼 취급되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규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앞에서 늘 주눅 들어 있었던 이유를.
딸만 다섯이라는 현실은
아버지의 부재조차 어머니의 잘못처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더 말수가 줄었다.
결정도, 판단도, 그 앞에서는 한 박자 늦어졌다.
“당신 생각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
어머니는 늘 잠시 멈췄다.
규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이 집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였고,
아이들을 키운 것도, 자산을 줄이며 버텨낸 것도 어머니였다.
그런데도
아들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어머니는 늘 부족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스무 살의 규에게 혼사 이야기도 서서히 닿기 시작했다.
대놓고 오지는 않았다.
먼저 언니를 보낸 집이라는 점,
딸만 있는 집이라는 점이 함께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너는 맏며느리감은 아니다.”
“집안이 좀 세다.”
“어머니가 강하다고 들었다.”
그 말들은 전부 규가 아닌,
이 집안 전체를 평가하는 말이었다.
규는 그제야 깨달았다.
혼사라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의 구조를 검열하는 일이라는 것을.
어머니는 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더 많은 일을 맡겼고,
더 단단해지기를 바랐다.
“사람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그러나 그 말과 달리,
어머니 자신은 세상의 말을 온몸으로 듣고 있었다.
딸만 다섯이라는 사실,
아들이 없는 집이라는 시선,
그 모든 것이 어머니를 조금씩 눌러왔다.
그 압력은 화로 나오기도 했고,
침묵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어느 날 밤,
규는 다섯째 여동생을 안고 마당에 섰다.
아이의 얼굴은 아직 세상을 몰랐고,
죄도, 부족함도 없었다.
그러나 규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과 같은 시선을, 같은 무게를
언젠가는 받게 되리라는 것을.
스무 살의 규는 그날 처음으로 분명히 느꼈다.
이 집안에서
딸로 태어났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증명해야 할 숙제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숙제를 가장 오래,
가장 묵묵히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라는 것을.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규는 더 이상
어머니를 단순히 거친 사람으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이 나라와 이 집안의 시선 아래에서
오래도록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