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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사람의 자리
Episode code: SN26-A00003-EP006 Author: Soul Kim Created at: 1768792879 Current average score: 5.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마더 (SN26-A00003)
어느덧 언니의 혼사가 정해졌다.
집안에서는 오래된 일처럼 받아들여졌지만, 규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언니는 늘 집 안의 바깥을 맡아오던 사람이었고, 규는 그 뒤를 받쳐왔다. 그런 언니가 집을 떠난다는 것은, 집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뜻이었다.

상대는 평범한 집안의 남자였다.
마을 사람들은 “성실하다”고 했고, “큰 흠은 없다”고 말했다.
그 말들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규는 그 속에 다른 뜻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평범하다는 말은, 가난하다는 말이었다.

논도 많지 않았고, 밭도 넉넉하지 않았다.
집안에 남아 있는 자산이라곤 손으로 일해 벌어야 하는 하루하루뿐이었다. 언니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혼을 택했다. 규는 그 선택이 도망인지, 용기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결혼 준비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부잣집이었지만, 어머니는 크게 치르지 않으려 했다.
“쓸데없이 티 낼 필요 없다.”

어머니의 말투는 예전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모든 결정은 빠르고 단호했다. 여지를 주지 않았고,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규는 어머니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은 늘 일을 더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이 다가오자,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아버지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머니는 입을 다물었고, 언니는 표정을 숨겼다.
규만이 그 공백을 또렷하게 느꼈다.

결혼식 날, 아버지의 자리는 끝내 비어 있었다.
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오래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 집안에서는 부재가 설명이 필요 없는 상태가 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언니는 평범한 옷을 입고 식장에 섰다.
화려하지 않았고,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러나 규는 언니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손은 평생 집을 위해 움직여온 손이었다. 이제는 다른 집의 일이 될 손.

언니는 규를 보며 웃었다.
“너는 남아야지.”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규의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남는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정해진 역할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언니는 떠났다.
짐은 많지 않았다.
평범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니가 떠난 뒤, 집안은 더 조용해졌다.
그 조용함은 평온이 아니라, 압축된 긴장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더 거칠어졌다.
말은 줄었고,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규는 어머니의 기분을 살피는 법을 이미 몸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

“그건 왜 아직 안 했니.”
“그렇게 하면 손해다.”
“쓸데없는 감정 쓰지 마라.”

어머니의 말은 늘 옳았고, 늘 정확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틀리지 않기에, 반박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규의 하루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고, 어머니의 말에 맞추어 움직이고, 동생들을 챙겼다. 막내는 자라나고 있었고, 여동생은 점점 규를 닮아갔다.

가끔 규는 생각했다.
언니는 왜 평범한 집으로 갔을까.
부유함을 버리고, 가난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평범은 가난이었지만, 가난에는 아버지의 부재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생각이 규를 놀라게 했다.
그것은 언니를 이해하게 했고, 동시에 자신을 더 단단히 집 안에 묶어두었다.

어느 날 밤, 규는 어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었다.
막내가 잠든 뒤였다.

“언니는 잘 살까.”

규의 질문에 어머니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살아야지.”

그 말에는 걱정도, 애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현실을 인정하는 어조였다.

규는 더 묻지 않았다.
이 집에서 감정은 말로 꺼내는 순간, 약점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열아홉이 되어가는 규는 이제 안다.
이 집에서는 떠나는 사람이 한 명 생길 때마다,
남는 사람의 몫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언니는 평범을 선택했고,
규는 견딤을 선택하지 않은 채, 견디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전히 집에 없었고,
어머니는 더 강해졌으며,
규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다.

그렇게,
규의 일상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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