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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h episode is a scene in the collaborative process toward a completed novel.
산과 밤 사이에서 배운 것
Synopsis:
마더
(SN26-A00003)
6·25 전쟁은 규의 집안을 두 동강 냈다.
삼촌은 어느 날 낮, 사람들 틈에 섞여 끌려갔다. 북으로 납북되었다는 말만 남았고,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은 집안에서 조용한 공백이 되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묻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기 때문이다.
낮이 되면 빨갱이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군인 같기도 했고, 그냥 굶주린 사람들이기도 했다. 집안에 있던 곡식은 포대째 사라졌고, 닭은 목이 비틀려 사라졌다. 돼지는 끌려가다 비명을 질렀다. 남겨진 것은 비어 있는 마루와 냄새뿐이었다.
그때부터 규의 가족은 낮에는 산, 밤에는 집에서 살았다.
낮에 산으로 올라가는 일은 피난이 아니라 일과가 되었고, 밤에 집으로 내려오는 것은 귀가였다. 규는 어둠이 오면 안도했고, 해가 뜨면 긴장했다. 세상은 그렇게 뒤집혀 있었다.
강원도의 산골에서 전쟁은 도시처럼 총성이 연속으로 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모두가 먹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념은 배고픔 앞에서 의미를 잃었고, 사람들은 편보다 감자를 택했다.
그런 와중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밤, 집으로 내려오던 길에 규는 사람 그림자 하나를 보았다.
그림자는 마당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얼굴은 군인이 아니었다. 헐렁한 인민복 차림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손을 들고 있었다. 총도, 칼도 없었다.
“애야… 물 좀.”
엄마는 순간 멈췄다.
아빠는 규를 뒤로 밀었다. 언니는 숨을 죽였다.
그 남자는 떨고 있었다. 적이 아니라, 굶주린 사람이었다.
아빠는 물을 주지 않으려 했다.
“물 주면, 내일 다시 온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바가지에 물을 담았다.
규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 서로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물을 마시고, 바가지까지 핥듯이 비웠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오늘 낮에… 이 집 털자고 했습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곡식 없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그냥 보고만 갔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숲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규는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낮, 산에 숨어 있던 규의 가족은 멀리서 연기를 보았다.
마을 아래쪽 집 하나가 불타고 있었다.
그 집은 전날 물을 주지 않은 집이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고개를 숙였다.
규는 그날 깨달았다.
전쟁에서는 옳은 선택보다, 살아남는 선택이 먼저 온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치른다는 것.
1953년, 휴전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규의 집안은 기뻐하지 않았다.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고, 곡식은 없었으며,
산에서 내려오는 법만 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규의 마음속에서는 밤과 낮을 나누는 기준이 그때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후로도 오래도록
사람을 믿기 전에,
그 사람이 배가 고픈지부터 살피는 어른이 되었다.
삼촌은 어느 날 낮, 사람들 틈에 섞여 끌려갔다. 북으로 납북되었다는 말만 남았고, 그 이후로 그의 이름은 집안에서 조용한 공백이 되었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묻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기 때문이다.
낮이 되면 빨갱이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군인 같기도 했고, 그냥 굶주린 사람들이기도 했다. 집안에 있던 곡식은 포대째 사라졌고, 닭은 목이 비틀려 사라졌다. 돼지는 끌려가다 비명을 질렀다. 남겨진 것은 비어 있는 마루와 냄새뿐이었다.
그때부터 규의 가족은 낮에는 산, 밤에는 집에서 살았다.
낮에 산으로 올라가는 일은 피난이 아니라 일과가 되었고, 밤에 집으로 내려오는 것은 귀가였다. 규는 어둠이 오면 안도했고, 해가 뜨면 긴장했다. 세상은 그렇게 뒤집혀 있었다.
강원도의 산골에서 전쟁은 도시처럼 총성이 연속으로 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모두가 먹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념은 배고픔 앞에서 의미를 잃었고, 사람들은 편보다 감자를 택했다.
그런 와중에,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밤, 집으로 내려오던 길에 규는 사람 그림자 하나를 보았다.
그림자는 마당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얼굴은 군인이 아니었다. 헐렁한 인민복 차림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손을 들고 있었다. 총도, 칼도 없었다.
“애야… 물 좀.”
엄마는 순간 멈췄다.
아빠는 규를 뒤로 밀었다. 언니는 숨을 죽였다.
그 남자는 떨고 있었다. 적이 아니라, 굶주린 사람이었다.
아빠는 물을 주지 않으려 했다.
“물 주면, 내일 다시 온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바가지에 물을 담았다.
규는 그때 처음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과 가족을 지키는 일이 서로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물을 마시고, 바가지까지 핥듯이 비웠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오늘 낮에… 이 집 털자고 했습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곡식 없다는 거 압니다. 그래서 그냥 보고만 갔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숲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규는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낮, 산에 숨어 있던 규의 가족은 멀리서 연기를 보았다.
마을 아래쪽 집 하나가 불타고 있었다.
그 집은 전날 물을 주지 않은 집이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는 고개를 숙였다.
규는 그날 깨달았다.
전쟁에서는 옳은 선택보다, 살아남는 선택이 먼저 온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치른다는 것.
1953년, 휴전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규의 집안은 기뻐하지 않았다.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고, 곡식은 없었으며,
산에서 내려오는 법만 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규의 마음속에서는 밤과 낮을 나누는 기준이 그때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후로도 오래도록
사람을 믿기 전에,
그 사람이 배가 고픈지부터 살피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