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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뜀틀 너머의 꿈, 캔버스 위의 서울
Episode code: SN25-A00024-EP002 Author: Busan Kim Created at: 1766372789 Current average score: 4.00 Number of ratings: 1
Synopsis: 70년생 서울 샐러리맨의 인생 (SN25-A00024)
1970년대 후반, 미아동 산동네 성현의 집안 분위기는 늘 묘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한 살 터울 동생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전교 석차를 다투는 수재였습니다. 반면, 성현은 가방을 방구석에 던져두기 무섭게 골목으로 튀어 나가는 '동네 대장'이었습니다.
“성현아, 동생 반만이라도 좀 닮아봐라!”
어머니의 잔소리는 일상이었고, 성현 스스로도 공부에는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교과서 속의 빼곡한 글자보다는 교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뭉게구름이나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움직임에 마음이 먼저 가 닿았습니다. 하지만 성현에겐 남들이 갖지 못한 두 가지 특별한 재능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붓'이었습니다. 수업 시간 내내 교과서 여백에 낙서를 하던 성현의 재능은 미술 시간만 되면 빛을 발했습니다. 사물을 꿰뚫어 보는 관찰력과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도화지를 채워나갔고, 어느 날 학교 대표로 나간 전국 어린이 사생대회에서 덜컥 '금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상장을 들고 온 날, 공부하라고 타박하던 아버지도 그날만큼은 성현의 어깨를 툭 치며 "허허, 요놈 봐라?" 하고 웃으셨습니다.
또 다른 재능은 '발'이었습니다. 체육 시간마다 성현의 순발력은 독보적이었습니다. 100미터를 쏜살같이 달리고, 자기 키만한 높이뛰기 바(bar)를 가볍게 넘는 그를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성현은 학교 육상부에 발탁되었습니다.
방과 후, 노을이 지는 운동장에는 성현의 가쁜 숨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전국체전 후보 선수로 선발되어 매일같이 단거리 질주와 높이뛰기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릴 때가 정적인 몰입의 시간이었다면, 높이뛰기 바를 향해 달려가 허공을 날아오르는 순간은 세상의 모든 중력에서 해방되는 짜릿한 자유의 시간이었습니다.
"공부해서 판검사 돼야지"라는 말이 최고의 미덕이던 시절, 성현은 동생처럼 책상 앞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느끼고,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법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아버지 세대의 '성실함'과는 조금 다른, 자기만의 색깔과 리듬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서울의 운동장과 화폭 위에서 익혀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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