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쪽에서
카뮈와 석가모니가 묘하게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있어요. 카뮈 쪽에서는 “삶에 최종적인 답이 없더라도 나는 오늘을 산다.”가 되고, 석가모니 쪽에서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본다.”가 됩니다. 둘 다 죽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음을 바라본 뒤 그래도 밥을 먹고, 길을 걷고, 딸기를 따는 것으로 돌아오죠.
Episode 1. 아직 이쪽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부터 나는 세상을 예전처럼 볼 수 없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세상을 보는 위치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어릴 때 하늘은 그냥 하늘이었다.
땅은 땅이었고, 엄마는 엄마였다.
아침이면 해가 떴고 저녁이면 졌다. 닭은 알을 낳았고, 사람은 그 알을 깨뜨려 프라이를 해 먹었다. 소와 돼지는 살아 있을 때에는 동물이었지만 식탁 위에 올라오면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되었다. 강아지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사람이 집에 돌아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왔다.
그 모든 것이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내가 밟고 있는 땅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구는 돌고 있었고, 지구를 데리고 태양 주위를 달리고 있었으며, 태양조차 은하 속을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이 파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