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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의 본격 시작
에피소드 번호: SN26-A00003-EP014 작성자: Busan Kim 작성일: 1768891165 현재 평균 평점: 5.00 참여 평가 수: 1
시놉시스: 마더 (SN26-A00003)
1958년, 큰딸이 태어났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잠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현실은 곧 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전쟁의 흔적이 아직 골목마다 남아 있던 시절, 먹고사는 일은 여전히 하루하루의 문제였다. 아이를 안고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은 규에게 선택지가 아니었다.

1960년, 규는 큰딸을 시골에 남겨두고 남편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두 살 남짓한 아이를 떼어놓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는 길, 규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울지 않았고, 그 침묵이 규의 가슴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서울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단칸방은 여전히 단칸방이었고, 방 하나에 밥 냄새와 땀 냄새, 희망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규는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났다. 밥을 짓고, 남편과 시동생들의 하루를 준비했다.

넷째 시동생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남편은 여기저기 백을 써서 그를 기쁜소리사라는 곳에 전기 기술자로 취직시켰다. 낮에는 현장에서 선을 잇고 기계를 만지며 기술을 익혔고, 밤이면 손에 밴 기름 냄새를 씻어내며 내일을 계산했다. 기술만 손에 쥐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를 하루하루 버티게 했다.

막내, 다섯째 시동생은 전혀 다른 꿈을 품고 있었다.
그는 법관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고시공부부라 불리던 판잣집 같은 하숙방에서, 책과 연필이 그의 전부였다. 돈은 벌지 못했고, 결과도 기약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이미 다른 세상에 속한 사람처럼 여겼다.

두 사람의 선택은 달랐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규의 몫이었다.
기술을 배우는 넷째의 밥과 빨래, 공부만 하는 막내의 생활비까지—모두 단칸방 안에서 해결해야 할 현실이었다.

그녀에게 서울은 꿈의 도시가 아니었다.
서울은 견뎌야 할 장소였고, 버텨야 할 시간이었으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진 책임 그 자체였다.

1961년 5월 16일, 군사 혁명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거리에서 수군거렸다. 총과 군복이 다시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전쟁이 아니라 ‘질서’와 ‘재건’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라디오에서는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말이 반복되었고, 신문에는 ‘근대화’와 ‘경제 개발’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실렸다.

규는 그 말들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무렵부터 사람들의 얼굴 어딘가에는 아주 미미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아주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말로 하지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만 조심스럽게 숨겨 둔 기대.

1962년, 둘째딸이 태어났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남의 집에 시집와 딸만 둘이라는 사실은 말로 하지 않아도 집안 전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규는 알았다. 이 아이 역시 곁에 두기 어렵다는 것을.

결국 둘째딸도 시골로 보내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품으로. 아이를 안고 떠나는 날, 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음은 안으로 삼켰고, 미안함은 숨처럼 들이마셨다. 서울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선택지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국가에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규의 하루는 여전히 밥을 걱정하고, 방세를 계산하며, 기술자가 되려는 시동생과 법관을 꿈꾸는 시동생의 앞날을 동시에 떠안는 일이었다. 국가의 구호와 개인의 삶 사이에는 언제나 긴 간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버텼다.
전쟁도, 가난도, 남편의 침묵도, 장남 집안의 무언의 압박도—모두를 견디는 일이 곧 그녀의 몫이었다. 그렇게 규의 서울 생활은 이어졌다. 희망이라는 말이 아직은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시절,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시대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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