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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 집의 하루는 끝이 없었다
에피소드 번호: SN26-A00003-EP012 작성자: Soul Kim 작성일: 1768794507 현재 평균 평점: 4.00 참여 평가 수: 1
시놉시스: 마더 (SN26-A00003)
일본집의 가난은,
규가 알던 가난과는 달랐다.

일이 많아서 가난한 집이 아니라,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이 생기지 않는 집이었다.

시골의 일본집은 늘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형제자매가 열 명,
특히 남동생들이 많아 일손은 부족할 틈이 없었다.

새벽이면 누군가는 소를 몰고 나갔고,
누군가는 밭으로 갔고,
누군가는 물을 길어왔다.

집안은 늘 소란스러웠다.
아이들 목소리, 밥 짓는 소리, 웃음소리까지 섞여
겉으로 보면 활기찬 집 같았다.

그러나 그 활기는
돈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해마다 정해진 몫을 바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늘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아무리 땀을 흘려도
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규는 그 사실을
며느리가 되어 처음으로 실감했다.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야”라는 말이
이 집에서는
가장 쉽게 무너지는 말이었다.

시어머니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음악과 흥이 있는 사람이었다.
노래를 흥얼거렸고,
장단을 치며 일을 했고,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을 잔치가 있으면
늘 앞자리에 있었고,
소리가 나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인생은 흥이야.”

시어머니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규는 그 말이
이 집의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도
곧 알게 되었다.

흥은 많았지만,
살림은 늘 규의 몫이었다.

할 일은
산더미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밥 짓는 것만 해도
솥이 몇 개인지 세어야 했고,
빨래는 하루를 꼬박 써도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많아
먹는 양은 많았고,
남은 것은 없었다.

규는 하루 종일 움직였다.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손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남동생들은 말을 잘 들었고,
시키면 움직였다.
그래서 규는 혼자 모든 일을 떠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손이 많다는 것은
일이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람이 많으니
밥도 많아야 했고,
문제도 많아야 했고,
조율해야 할 관계도 많았다.

그리고 그 조율의 중심에는
늘 장남 며느리인 규가 있었다.

그즈음,
규는 첫딸을 낳았다.

1958년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규는 기쁘면서도
이상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 집에서
또 한 명의 딸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무게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실망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 집은 이미
아이의 성별로 기대를 걸 여유조차 없었다.

아이는 그저
하나 더 먹여야 할 입이었고,
하나 더 품어야 할 존재였다.

그 무렵,
남편은 서울 공무원으로 취직이 되었다.

사람들은 “잘됐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농사에서 월급으로.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정된 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생긴 것이었다.

남편은 서울로 올라갔다.
먼저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러나 규는 함께 가지 못했다.

“부모님 좀 모셔야지.”
“아이도 아직 어리고.”

그 말은
부탁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당연한 순서였다.

규는 시골에 남았다.
아이를 안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며.

서울은
남편의 자리였고,
시골은
규의 자리였다.

낮에는 밭과 집을 오갔고,
밤에는 아이를 재웠다.

편지는 가끔 왔고,
돈은 더 가끔 왔다.

규는 그 돈을
조심스럽게 썼다.
아껴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규는 문득 생각했다.

자기 집에서는
부잣집 딸이었고,
여기에서는
가난한 집의 맏며느리였다.

그 사이에서
자신은 계속
일하는 사람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울 시간도 없었고,
울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너무 많이 배웠기 때문이다.

규는 다시 다음 날을 준비했다.

이 집의 가난은
슬픔이 아니라
구조였고,
그 구조 속에서
자신은 빠져나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제 막
규의 몸에 새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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