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 위의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흔여섯이 되어 흙길 위에 서 있었다.
새로 난 큰길,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그 흙길에서 아들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다시 만난다. 그리고 길 한가운데, 그가 평생 등에 지고 온 두려움이 커다란 구렁이가 되어 똬리를 틀고 있다. "네가 잡아야 해." 어머니의 조용한 말에, 아들은 무릎을 굽혀 그 아가리를 붙든다.
세우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 한 사람의 삶, 그를 끝내 지켜본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죽음 뒤에도 자식의 마음속에서 계속 나이 들어가는 모정을 그린 짧은 이야기. 아무도 밟지 않은 길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놓아주어야 하는가.
Episode 1. 큰길 위의 어머니 봄이 늦게 오는 산자락이었다.
하나 · 재회
어머니는 아흔여섯이 된 몸으로 흙길을 걷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무릎이 아프지 않았고, 숨이 차지 않았다.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걸음이 가벼웠다. 발밑의 흙은 비 온 뒤처럼 촉촉했고, 맨발로 밟으면 아이 적 논둑을 걷던 감촉이 그대로 올라왔다.
"엄마."
앞에서 부르는 소리에 어머니는 고개를 들었다. 저만치 아들이 서 있었다. 벌써 머리가 희끗해진 아들이었다. 어머니는 그 아이가 여섯 살 때 열이 펄펄 끓어 밤새 업고 병원 문을 두드리던 밤을 아직도 기억했다. 아이의 등이 뜨거워 자기 가슴까지 젖던 그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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